The 'Apostle' Speaks

영화 '사도' 만들며 성령을 체험
배우 로버트 듀발은 어느 일요일 할렘의 한 교회에서 영감을 얻어

Robert Duvall

약 30년 전 아칸소州의 작은 도시 휴스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사실 나는 한 연극에서 휴스 출신의 한 인물 역할을 맡게 돼 있었다. "멘피스에서 휴스로 돌아가려면 50km를 달려야 한다"는 대사가 갑자기 떠올라 버스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휴스에 당도한 순간 볼 만한 것은 교회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교회로 들어가 뒷 좌석에 앉아 두 시골 목사의 설교를 들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설교 내용은 잊어버렸지만 목사가 설교할 때 느꼈던 그 경이로운 억양과 운율은 결코 잊지 못하고 있다. 배우로서 설교의 억양과 운율은 모방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나를 사로잡았다.

영화 제작자들은 영적 분위기를 표현할 때 성령을 그토록 강조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설사 그런 표현을 한다 해도 어색하기 이를 데 없다.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은 그들 목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믿음은 어떠한지 알아내 그것을 정확히 표현해 내는 일이었다. 15년 전 영화 '사도'(The Apostle)를 구상하며 여러 영화사를 찾았으나 내 말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도'의 주인공 소니 듀이는 희화적(戱畵的)이거나 엘머 갠트리 타입의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제작비는 내가 부담해야 했다.

당시 그 누구도 '사도'에 관여 하려 직접 들지 않았기 때문에 좀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도'의 각본, 감독, 주연을 직접 맡기로 작정했을 때 내가 다룰 소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美 전역을 돌아다니며 많은 목사들의 설교를 들었다. 뉴욕市 할렘의 교회 여섯 곳을 하루에 다 돌아본 적도 있다. 나는 앉아 무엇인가 메모하거나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나 영화 속 명장면 거의 모두는 평범한 목사들 모습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대사 가운데 일부도 그들 목사의 설교에서 인용한 것이다.

나는 신교 가정에서 자라며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가르침을 믿도록 교육받았지만 그때 내가 다닌 교회는 '사도'의 소니 듀이가 봉직하는 교회와는 달랐다. 취재를 하면서 나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지려 들지 않았다. 다만 목사들이 성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위해 애썼을 뿐이다. 그러나 어느 일요일 할렘의 한 교회에서 나는 순간 무엇인가를 느꼈다. 당시 신도들은 성가대와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나는 잔잔한 마음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그것은 흥분된 환희라기보다 일종의 정적이었다. 순간 나는 다른 신도들처럼 자리에서 일어설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듀이의 마지막 설교문에 '조용하고 작은 목소리'를 집어넣었다. 내가 체험한 게 바로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도'에 대한 반응은 대단했다. 영화배우 말론 브랜도는 내게 통찰력이 돋보이는 편지를 보냈다. 빌리 그래이엄 목사가 '사도'를 두 번이나 보고 호평했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가웠던 일은 뉴욕 공항에서 한 여성이 내게 달려와 '사도'를 봤다며 웨스트 버지니아州에 있는 자기 삼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 점이다. 그녀는 삼촌이 매주 차고에서 설교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내가 창조한 인물이 그녀에게 삼촌만큼이나 현실감 있게 다가갔다니 나로서는 그보다 더한 찬사가 어디 있겠는가.

뉴스위크 한국판 1998 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