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사랑, 그리고 그의 애마들
                   ----- 로버트 듀발 (Robert Duvall)

전쟁터에서 서핑을 즐기는 남자, 대부의 고문 변호사, 아니면 최근 지구의 운명을 걸머쥐고 우주로 떠난 남자로 기억될 로버트 듀발이 드디어 오랜 소원을 이루었다. 그는 모든 비평가들의 찬사를 한몸에 모으며 <사도 The Apostle>를 감독해냈고, 그의 목장에서 우리에게 자기 연출 작과 탱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인터뷰 / 크리스티앙 조베르티 Christian Jauberty
사진 / 마크 알바이트 Mark Arbeit

로버트 듀발을 생각할 때 대부분은 제일 먼저 <지옥의 묵시록>에서 서핑을 즐기면서 “아침마다 정글에서 나는 네이팜(소이탄) 냄새를 좋아한다”고 말하던 대령이나 <대부> 1, 2편에서 코를레오네 가의 말없고 일 잘하던 고문 변호사 톰 하겐을 떠올린다. 최근의 모습은 <딥 임팩트>에 서 지구와 혜성의 충돌을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노장 우주 비행사였다. 총 6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이 남자는 스탈린에서부터 아이젠하워, 제시 제임스와 아돌프 아이크먼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역을 다 맡아 연기해냈다. 그는 줄리아 로버츠, 존 웨인, 그레고리 펙, 톰 크루즈,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말론 브랜도, 로버트 드 니로 등과 함께 어울렸다. 하지만 배우로서의 권위 때문에 혹은 출연 섭외가 많은 배우로서 아주 바쁜 스케줄 때문에 감독이 되려는 그의 오랜 소망(혹은 소명)을 이루지 못했었다.

워싱턴에서 1시간이 채 안되는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의 푸르고 숲이 우거진 고요한 작은 골짜기에 로버트 듀발의 목장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 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키우고 있었다. 그가 <사도 The Apostle>의 편집을 한 곳도 바로 여기로, 각종 기념품들로 가득찬 벽이 있고 가끔 낚시를 하러가는 호수가 내다보이는 사무실에서 그 일을 마쳤다. 그곳에는 커다란 목장과 깨끗한 마굿간 그리고 말들을 위한 장애물 경기장이 있었다. 그는 헛간 1층을 음악가들을 위한 작은 무대와 거대한 댄스장으로 꾸며놓았다. 듀발은 탱고에 미쳐있다.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15분도 채 안되서 반짝이는 눈으 로 탱고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클럽에서 녹화했다는 테이프를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를 스크린 쪽으로 끌고 가곤 한다. 매일같이 로버트 듀발은 루치아나 페드라자와 탱고를 추는데 그는 그녀를 아르헨티나 여행 도중 처음 만나 함께 살고 있다. 또한 많은 배우들이 포기를 해버리는 나이(67세)임에도 그의 영화에 대한 욕심은 그 어떤 신인 배우 못지 않다.

<사도>는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하고 돈을 대고 제작을 하고 주연 배우로 나오는 만큼 그 이상 더 개인적일 수 없는 영화이다. 그가 처음으로 카메라 뒤에 선 지 15년 만에 이루어낸 일이다(우연히 아내(파라 파셋)의 외도 때문에 사람을 죽이게 된 개척교회 목사(로버트 듀발)가 다른 지역으로 도망쳐 계속 선교 활동을 계속해 나가면서 개인과 신앙에 대한 갈등을 겪게 된다는 내용-편집자 주). 100퍼센트 아마추어 배우들만 데리고 만든 뉴욕의 집시들에 대한 영화 <안젤로, 내 사랑 Angelo, my Love>이 극히 일부의 관객층을 제외하고는 별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사도>는 지난 토론토 영화제에서 최초로 시사된 이후, 미국 독립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이 상영되는 작품이 되고 있다.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독립영화제에서도 승승장구해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남우 주연상,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게다가 로버트 듀발이 백악관에 초대되어 영화를 시사했을 때는 미국 남부와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선교자들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빌 클린턴의 칭찬을 받아냈다. 또 칸느 영화제에서 듀발이 존경하는 니키타 미할코프나 켄 로치, 에밀 쿠스투리차 같은 감독들과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는 지금 찬사 속에 쌓여있는 것이다.



프리미어 / 당신은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태어났지요.

로버트 듀발 / 예. 군인 가정에서요(그의 아버지가 해군 제독이었다).

- 그런데 할리우드가 아닌 이곳에 사는군요.

LA를 좋아합니다. 뉴욕의 아파트는 얼마 전에 팔았구요. 만약 이 오두막을 떠난다면 그것은 LA로 가서 살기 위해서일 겁니다. 난 이곳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은 더더욱 그래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생각, 젊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싶기도 하고, 게다가 새 애인도 생겼고…. 앞으로는 좀더 많은 영화를 만들고 내 방식대로 좀더 많은 일을 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어로라도 만들고 싶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고 재미도 있으면서 삶의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충분히 존중해주면서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사도>에서 종교적인 문제들을 다루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문제라고 하면 영화 속에서 가볍게 다루어지곤 하지요.

- 종교를 믿습니까?

내 방식대로 종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영화 이후에 더욱 더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이번 영화는 종교에 대한 영화라기보다는 한 남자와 종교 안에서의 그의 충동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 배우와 선교자들 간에 어떤 유사성이 있나요?

선교자들도 배우들처럼 자기가 하는 말, 자기가 하는 일,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 에반젤리스트 전도사들 가운데는 돈과 스펙터클만을 중요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볼거리일지는 몰라도 도저히 그걸 믿을 수는 없지요. 가장 좋은 예가 지미 스웨거트입니다. 그 분야의 대스타이지만 엄청난 위선자라는 것이 밝혀졌지요. (스웨거트는 제리 리 루이스의 사촌쯤 되는 사람으로 수억 달러에 이르는 종교 미디어 제국을 거느리고 있는데, 얼마 전 창녀들과 함께 있는 장면이 목격되었음.) 그런 스캔들은 성실하고 진실된 전도사들의 명성을 실추시키는 것입니다.

- 빌리 밥 손튼이나 미란다 리처드슨 같은 프로 배우들과 아마추어들을 어떻게 어울리게 했나요?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너무나 진짜같고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프로배우들이 거기에 장단을 맞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하는 것과는 달리, 난 카메라가 소재를 따라가도록 합니다. 영화가 배우들(그러니까 아마추어 배우들)로부터 나오도록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배우들을 신자들 가운데서 선발했습니다. 직접 교회에서요. 그들에게는 연기 지도를 할 필요도 없지요. 카메라를 쳐다보지 말라는 주문만 하면 됩니다. 그들은 교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항상 정 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 이 영화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더군요.

아주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약 30년 전에 연극 작품을 하나 준비하기 위해서 알칸사스의 작은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교회에 들어서면서 한 설교자에게 충격을 받아 언젠가는 나도 저런 인물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여러 해동안 그 생각을 머리 속에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킹덤>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1달에 1번씩 10개월 동안 텍사스에 가서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너무나 실망해서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겁니다.

- 그 시나리오가 영화가 되기까지 15년이나 걸렸군요.

시나리오를 다 썼을 때 <부드러운 자비 Tender Mercies>(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 82)로 오스카 주연배우상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내 프로젝트에 대해 돈을 모으기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어쨌든 그 후에 여러가지 작은 사건들과 대사를 보충해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도>는 제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 중에 “나는 당신을 항상 예수라고 불렀고 당신은 나를 항상 소니라고 불렀지요!”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아주 중요한 장면의 클라이맥스 같은 것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1주일 전, 한 전도사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생각난 것입니다. 불도저 씬(빌리 밥 손튼이 교회 앞에 불도저를 몰고와 교회를 밀어버리겠다고 위협하다가 로버트 듀발에게 감화되어 주저앉는다-편집자 주)은 영화에 나오는 전도사 중 한 사람에게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자기 여자친구가 ‘구원’을 받아 얼마 전부터 성관계를 거부하는 데 격분한 한 남자가 불도저와 총을 들고 교회를 밀어버리겠다고 하면서 들이닥쳤던 것이지요. 그리고 내가 영화에서 그러듯이 내 친구의 어머니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전도를 하러 달려가곤 했지요.

- 당신이 혼자서 영화의 제작비를 댔더군요.

지금 아니면 앞으로는 절대로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직하지만 신중하고 보수적인 우리 회계사가 이번 모험으로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집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죠. 작년 칸느 영화제에 맞춰 영화를 완성하려고 했었는데 올해 참가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최초 시사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열렸습니다. 내 영화에 대해서 옥토버와 미라맥스간에 구매 경쟁이 붙었는데 결국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 내가 투자한 돈에다가 약간의 금액을 더 얹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옥토버와 계약 했습니다. 게다가 옥토버와 유니버설이 내 제작사가 그들을 위해 몇가지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했거든요. 현재 스코틀랜드에서의 축구 경기에 대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나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일단 첫 시나리오가 나오면 감독을 물색할 예정이며 아마도 유럽인 중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밖에 뉴욕과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오가면서 탱고와 살롱 댄스에 대한 영화도 만들 생각입니다.

- 당신에게는 탱고가 아주 중요한 것 같군요.

개인적인 취미입니다. 배우로서 작업할 때도 이용을 하지요. 내가 말하는 탱고는 무대에서 추는 스포츠 같은 춤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추는 살롱 댄스, 우리 조상들이 추던 춤을 말하는 것입니다. 난 언제나 춤추기를 좋아했습니다. 시간을 보내기 좋은 취미이고 몸매 관리를 위해서도 아주 좋습니다. 아르헨티나와 그곳 사람들도 아주 좋아합니다. 아주 세련되고 좋은 사람들이지요.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파리만큼이나 아름답고 멋진 도시이며 밤 생활도 아주 흥미롭지요. 사람들이 새벽까지 춤을 춘답니다.

프리미어, 1998년 12월